이번 포스팅에서는 자유롭게 흐를 수 있는 유체 (fluid)의 특징을 결정짓는 물리량들인 압력 (pressure) 및 밀도 (density)의 개념과, 이들을 연결해주는 상태 방정식 (equation of state, 줄여서 EoS)에 대해서 알아봅시다.
여기서 물리적인 힘 (force)과 에너지 등의 개념을 언급하게 될텐데요. 힘은 물체에 운동량을 부여하고, 운동량과 에너지는 움직이는 물체가 가진 파급력을 수치화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개념입니다. 이들이 생소하게 느껴지신다면, 시작하기에 앞서서 다음 포스팅을 읽어보시면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밀도와 압력
맨 먼저 밀도는 단위 부피당 얼마나 많은 물리량이 포함되어 있는지를 나타내는 개념인데요. 여기서 물리량은 질량이나 에너지가 될 수도 있고, 입자의 갯수나 총 전하량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밀도에 대해서 언급할 때는 무엇의 밀도인지를 정확하게 명시해야 독자들에게 혼란을 주지 않겠죠.
일반적으로 물리 문제를 푸는데 있어서 밀도는 위치에 대한 함수로 주어집니다. 특정 위치 주변의 매우 작은 공간을 상정한 뒤에, 그 안에 포함된 물리량들을 모두 합산한 다음 공간의 부피로 나누면 밀도를 구할 수 있게 됩니다. 수학적으로 말하자면, 부피를 계속 줄여서 0에 근접할 때의 극한값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중력장에 의한 위치에너지를 구하기 위해서는 질량의 분포를 알아야 됩니다. 질량을 가진 물체들 사이에 만유인력이 작용하는것과 관련이 있죠. 반면에 전기장에 의한 위치에너지를 구하려면 전기 전하의 분포를 알아야 되겠죠. 여기서 질량 밀도와 전기전하 밀도의 개념이 각각 들어가게 됩니다.
자유롭게 흐를 수 있는 유체의 운동을 시간에 대한 함수로 규명하기 위한 유체역학에서는 유체가 흐르는 속도와 에너지 밀도 역시 주요 관심사 중에 하나입니다. 여기서 에너지는 유체를 이루는 분자들의 운동에서 파생되는 것으로 온도와도 관련이 있습니다.
그 다음으로 알아볼 개념은 압력입니다. 이는 간단히 말해서 단위 면적에 작용하는 힘의 크기라고 볼 수 있는데요. 밀도의 경우와 비슷하게 극한의 개념을 통해 이해할 수 있습니다. 특정 위치 주변의 매우 작은 가상의 면적을 상정하면, 여기에 수직으로 가해지는 힘의 크기를 잴 수 있겠죠. 그 힘을 면적으로 나누면 압력이 되는 것입니다.
힘이 벡터량인 반면에, 압력은 방향성이 없는 숫자로 표시된다는 점에서 괴리감이 생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면적 벡터라는 개념을 도입함으로써 해결이 가능한 부분입니다. 면적을 크기로 가지고 면적에 수직인 방향을 향하는 벡터를 면적 벡터라고 하는데요. 그래서 압력과 면적 벡터를 곱하게 되면, 면적에 수직인 방향으로 가해지는 힘을 얻을 수 있는 것입니다.
힘을 면적으로 나눈 것이라면 무엇이든 압력이 단위가 될 수 있습니다만, 일상적으로 가장 친숙한 단위로는 기압 (atm)이 있습니다. 이는 해수면 상에서 지구 대기에 의해 받는 압력의 크기와 같습니다. SI 단위계에는 파스칼 (Pa)이라는 것이 있는데요. 1 제곱미터에 1 뉴턴만큼의 힘이 작용할 때의 압력이 1 파스칼인 것이고, 1 기압은 대략 10만 파스칼이 되겠습니다.
위치에 따라서 유체의 압력이 달라지면, 이로 인해서 유체의 흐름이 생길 수 있습니다. 압력이 높은 부분에서 낮은 부분으로 밀어내는 알짜힘이 생기기 때문이죠. 좀 더 수학적으로 표현하자면, 유체의 가속도는 압력의 미분과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만약 압력의 불균일성으로 인해 발생하는 힘이 유체에 작용하는 외력과 상쇄되어 알짜힘이 0이 되는 경우, 유체의 운동상태가 변하지 않는 평형 상태에 도달하게 될 것입니다. 이를 두고 정역학적 평형 (hydrostatic equilibrium)이라고 하는데요. 이러한 상태를 수학적으로 기술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다음 포스팅에 더 자세한 내용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상태 방정식
마지막으로 알아볼 개념은 상태 방정식인데요. 압력과 밀도 간의 관계를 규정한 방정식으로서, 물질의 특징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상태 방정식은 에너지 밀도, 전하 밀도 등에 따라 압력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나타내는 다변수함수입니다. 뿐만 아니라 물질을 이루는 입자의 특징과 상호작용에 따라서 그 형태가 달라지게 되죠.
유체를 매질로 해서 전파되는 음파 혹은 소리의 속력을 구하는 데 있어서도 상태 방정식이 동원됩니다. 음파는 매질이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면서 전파되는 파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밀도의 변화에 따라 압력도 변하게 되고, 앞서 언급한 대로 압력의 불균일성으로 인해 파생되는 힘이 소리를 전파시키는 원동력이 되죠. 이 연쇄반응이 얼마나 빨리 일어나는지에 따라서 음파의 속력이 결정되고, 여기에 상태 방정식이 관여하는 것입니다. 수학적으로 표현하자면, 압력을 질량밀도 (혹은 에너지밀도)에 대해서 미분한 것이 음파의 속력의 제곱으로 주어집니다.
가장 간단하면서도 대표적인 예시로 이상 기체 (ideal gas)의 상태 방정식이 있고, 압력이 갯수 밀도와 온도에 비례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갯수 밀도, 온도 및 볼츠만 (Boltzmann) 상수의 곱이 바로 압력이 되죠.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기체 분자들이 벽에 부딧히게 되면, 분자들의 운동 방향이 바뀌면서 벽에 힘을 가하게 됩니다. 이게 곧 압력이고, 분자들이 날아다니는 속력이 빠를수록 압력은 강해집니다. 분자들의 평균적인 운동에너지가 온도와 직결된다는 점에 입각해서 보면, 압력이 온도에 비례한다는 것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분자들이 서로 가깝게 붙어서 상호작용하는 액체의 경우, 이상 기체와는 다른 상태 방정식이 필요합니다. 이 때 사용해볼 수 있는 것으로는 Tait 방정식이 있는데요. 스코틀랜드의 물리학자 Peter Guthrie Tait 에게서 그 이름을 따왔습니다. 이 상태 방정식은 두 개의 상수를 포함하고 있는데, 그 값들은 액체의 성질에 따라 달라지게 됩니다.
이러한 상태방정식을 정역학적 평형상태를 나타내는 미분방정식과 결부지어서 풀면, 위치에 따라 압력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게 됩니다. 한 가지 예시로서 심해의 압력을 구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여기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다음 포스팅에 소개되어 있습니다.
출처
위키피디아 (Tait equation)
Yuan-Hui Li, "Equation of State of Water and Sea Water", (15 May 1967)
PDF 문서 (www.soest.hawaii.edu)
앞에서 파동의 일종으로서 음파 혹은 소리에 대해서 언급했었는데요. 파동 현상을 구성하는 기본 개념들과 이를 더 체계적으로 기술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다음 포스팅에 더 자세하게 소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