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포스팅에서는 양자역학에서 언급되는 물질과 파동의 이중성 (wave-particle duality)에 대해 이중 슬릿 실험과 함께 짚어봅시다. 입자의 파동인 물질파를 기술하기 위한 파동방정식과 불확정성의 원리에 대해서도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입자가 가진 운동량 같은 것들을 물질파라는 파동의 파장, 주파수 등과 연관지어서 짚어볼텐데요. 이러한 개념들이 낮설게 느껴지거나, 파동이라는 현상에 대해 좀 더 자세하게 알아보고 싶으시다면 다음 포스팅을 읽어보는 것도 좋습니다.
물체의 운동이 가지는 임팩트를 수치화하기 위한 개념인 운동량 (momentum)과 에너지 (energy)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다음 포스팅에 소개되어 있습니다.
이중 슬릿 실험
이중 슬릿 실험은 얇은 판에다가 슬릿을 두 개 만들어 놓고 이들 사이를 통과한 파동이나 입자가 어떤 패턴으로 검출되는지를 살펴보는 실험인데요. 이게 입자냐 파동이냐에 따라 마지막에 관찰되는 패턴이 달라진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만약 파동의 경우라면, 두 슬릿을 통과한 파동들의 중첩으로 인해 보강 간섭이나 상쇄 간섭이 일어나죠. 이렇게 되면 입자들을 통과시키는 것과는 다른 독특한 패턴이 등장하는데, 이를 간섭 무늬라고 부릅니다. 이중 슬릿 실험을 그림으로 그려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서로 다른 슬릿들을 통과해 들어온 파동들이 중첩이 되는 이유는, 맥스웰의 전자기 방정식이나 슈뢰딩거 파동 방정식 등이 선형 방정식이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방정식을 만족시키는 두 개의 파동이 있을 때, 이들을 산술적으로 더한 파동 역시 방정식을 만족시키기 때문에 간섭현상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이 실험은 영국의 과학자인 토마스 영 (Thomas Young)이 광자 (빛을 이루는 단위 입자)를 가지고 처음으로 수행했습니다. 여기서 간섭 무늬가 발견되었고, 이는 빛이 파동이라는 것을 뒷받침하는 실험적 근거가 되었습니다. 이후 클린턴 데이비슨 (Clinton Davisson)과 레스터 저머 (Lester Germer)가 전자를 가지고 한 실험에서도 간섭 무늬가 나타나면서, 파동-입자 이중성을 정립하는 계기가 되었죠.
그렇게 해서 전자나 양성자 등의 물질이 가지는 파동인 드 브로이 (De Broglie) 물질파라는 개념이 등장하게 됩니다.
물질파와 슈뢰딩거 방정식
물질파를 수학적으로 다루는 방법은 그 세기를 시간과 공간에 대한 함수로 결정하는 것인데요. 이를 파동함수라고 부르며, 슈뢰딩거의 파동방정식에 의해 결정됩니다. 실제로 파동함수는 위치, 에너지, 각운동량, 전하 등을 포괄하는 양자상태에 대한 함수로 주어집니다만, 여기서는 파동-입자 이중성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1차원 상의 위치와 운동량에 집중해서 알아봅시다.
요약하자면 물질파의 파장은 운동량에 반비례하고, 주파수와 각진동수는 총 에너지에 비례합니다. 여기서 총 에너지란 운동에너지와 위치 에너지의 합이기 때문에, 슈뢰딩거 방정식에도 위치 에너지가 들어가게 되죠.
파동함수는 입자가 발견되는 위치의 확률밀도함수와 관련이 있습니다. 파동함수의 절대값의 제곱이 바로 입자가 특정한 범위 내에 존재할 확률을 알려주는 확률 밀도 함수가 되죠. 여기서 한 가지 주의할 점은 파동함수가 일반적으로 복소수 함수라는 것입니다. 슈뢰딩거 방정식에서도 유추할 수 있는 부분인데요. 실수와 허수부분을 가지고 2차원 벡터를 상정한 다음 그 길이를 구하면, 그게 복소수의 절대값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앞서 이야기했었던 이중 슬릿 실험을 다시 한번 살펴봅시다. 입자가 슬릿을 통과하는 시점에 그 파동함수는 슬릿의 위치에서 피크를 가진 형태가 될 것입니다. 입자가 발견될 확률은 슬릿의 위치에서 가장 높아야 하니까요. 이렇게 파동함수의 초기 형태가 주어졌다면, 입자가 검출기를 향해 나아가면서 파동함수의 형태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슈뢰딩거 방정식에 입각해서 계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슬릿이 두 개인 경우를 상정해서 계산을 해 보면 다음과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데요.
수식이 몇 개 등장합니다만, 이건 제가 개인적으로 유도해 본 것을 적어놓은 것이므로 필수요소는 아닙니다. 눈여겨 봐야 할 것은 입자가 슬릿을 통과하는 시점의 파동함수가 2개의 피크를 가지게 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중간에 끼어들어서 관찰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입자가 어느 슬릿을 통과했는지를 알 수 없기 때문이죠. 그렇게 되면 각 슬릿을 통과한 물질파들이 중첩되어, 검출기에는 간섭 무늬가 생기는 것입니다.
슈뢰딩거의 파동방정식은 양자역학과 관련된 여러가지 현상들을 이해하는 열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입자의 운동에너지를 상회하는 위치에너지를 가진 장벽을 뛰어넘는 터널링 현상도 그 중 하나인데요. 더 자세한 사항이 궁금하신 분들에게는 다음 포스팅이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입자의 위치에 대한 확률밀도함수를 앞에서 언급했는데, 이는 특정 범위 내에서 입자가 발견될 확률을 정의하는 통계학적인 개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확률 분포와 확률밀도함수의 개념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다음 포스팅에 소개되어 있습니다.
불확정성의 원리
위치-운동량 불확정성
드 브로이 물질파는 슈뢰딩거 방정식을 만족시키는 파동함수에 의해 결정되고, 파동함수의 절대값 제곱은 입자의 확률분포라는 물리적 의미를 가진다고 앞에서 이야기했는데요. 입자의 위치에 대한 확률분포 뿐만 아니라, 운동량에 대한 확률분포 역시 파동함수에 그 정보가 담겨져 있습니다. 위치와 운동량에 대한 확률분포를 가지고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를 한번 살펴봅시다.
입자의 파동함수는 여러 개의 서로 다른 파장 (혹은 파동수)를 가진 파동들이 중첩된 패킷의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 다른 파장의 기여분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나타낸 함수를 일종의 확률 분포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즉 입자가 특정한 파장을 가지고 있을 확률은, 해당 파장이 입자의 파동함수에 얼마나 많이 기여하는지에 비례한다는 시각이죠. 이를 위한 수학적 도구로는 푸리에 변환이 있습니다. 제 블로그 전체적으로 뭔가 푸리에 변환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는 것 같은데, 그만큼 중요한 내용이라고 받아들여 주시면 좋겠어요.
위치와 운동량에 대한 파동함수를 그리스 문자 Psi와 Phi로 각각 표시했는데요. 이는 양자역학적으로 기술되는 입자에 대한 동일한 정보를 다른 시각에서 바라본 결과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일반적으로 위치와 운동량에 대한 파동함수는 둘 다 유한한 크기의 폭을 가지는데, 이를 수치화 한 것이 바로 표준편차입니다.
푸리에 변환을 통해서 구할 수 있는것은 파장 (또는 파동수)에 대한 확률분포입니다만, 이는 곧 운동량에 대한 확률분포이기도 합니다. 파장과 운동량은 플랑크 상수를 통해 서로 연결되어 있으니까요. 그러면 위치와 운동량의 평균 및 표준편차를 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위치와 운동량의 표준편차를 곱한 것의 최소값이 존재하는데, 그게 바로 위치와 운동량 간의 불확정성 원리가 되겠습니다. 바꿔 말하자면 입자의 위치와 운동량을 100% 정확하게 동시에 특정할 수 없다는 거죠. 사실 위치와 파동수 간의 불확정성은 푸리에 변환과 관련된 수학적 개념인데요. 불확정성 원리는 파동수에 플랑크 상수를 곱해서 운동량이라는 물리적 의미를 부여한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하나 언급할 점은 이러한 불확정성이 관찰 행위와는 무관하다는 것입니다. 입자의 위치나 운동량 등을 측정하는 행위가 파동함수의 형태를 바꾸는 것은 맞아요. 하지만 위치와 운동량 간의 불확정성은 입자가 파동의 성질을 띄고 있다는 사실로부터 도출되는 결과인 것입니다.
시간-에너지 불확정성
시간과 에너지 사이에도 불확정성이 존재합니다. 다만 위치-운동량 불확정성과는 그 의미가 약간 다른데요. 시간-에너지 불확정성의 의미를 간단히 말하자면, 유한한 시간동안만 존재하는 양자상태의 경우 그 에너지를 정확하게 특정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기 위한 방법으로는 특정한 시점에 등장해서 유한한 시간동안 존재하는 평면 물질파를 생각해보는 것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평면 물질파의 파동함수에다가, 특정 시각에 피크를 가지는 가우스 함수를 곱한 형태를 생각해볼 수 있죠. 파동함수의 주파수가 에너지에 비례한다고 앞서 언급했었는데, 바꿔 말하면 파동함수의 주파수를 보고 에너지를 유추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유한한 시간동안만 존재하는 파동함수를 서로 다른 여러 주파수를 가진 파동들의 중첩으로 나타낸 다음, 이를 에너지의 확률밀도 함수라고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결과적으로 에너지의 표준편차를 계산한 다음, 이를 파동함수가 존재하는 시간간격과 곱하면 플랑크 상수에 비례하는 최소값이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죠. 이렇게 파동-입자 이중성에 입각해서 시간-에너지 불확정성 원리까지 이해해 볼 수 있습니다.
시간-에너지 불확정성은 방사성 붕괴 현상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단서입니다. 더 자세한 사항은 다음 포스팅에 소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