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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udying/자연과학

물리학 상식 : 양자 터널링 효과

 

이번에는 양자역학의 파동-입자 이중성으로부터 파생되는 중요한 현상 중의 하나인 터널링 (quantum tunneling) 효과에 대해 알아봅시다. 고전역학 또는 뉴턴역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기 때문에, 일상적인 직관을 거스르는 현상 중의 하나인데요. 물질파를 기술하는 슈뢰딩거의 파동방정식에 입각해서, 입자의 운동에너지를 상회하는 위치에너지를 가진 장벽을 넘나드는 터널링 효과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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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뢰딩거 방정식이라는 것을 앞서 언급했었는데, 이는 입자의 파동적 성질을 나타내는 물질파의 파동함수가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알아내기 위한 방정식입니다. 파동-입자 이중성의 개념이나 파동방정식이 생소하게 느껴지는 분들은 시작하기에 앞서서 다음 포스팅을 읽어보시면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물리학 상식 : 파동-입자 이중성

이번 포스팅에서는 양자역학에서 언급되는 물질과 파동의 이중성 (wave-particle duality)에 대해 이중 슬릿 실험과 함께 짚어봅시다. 입자의 파동인 물질파를 기술하기 위한 파동방정식과 불확정성

swstar.tistory.com

 

양자역학적 물질파를 가지는 입자의 경우, 뉴턴 운동 법칙으로 대표되는 고전역학에서 허용되는 범위 밖에서 발견될 유한한 확률이 존재하는데요. 용수철에 매달린 조화진동자 (simple harmonic oscillator)를 예시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왕복운동을 하면서 운동에너지와 용수철의 탄성에너지 간의 전환이 일어나지만, 총 에너지는 보존되기 때문에 용수철이 늘어날 수 있는 범위가 정해져 있고, 고전역학에 따르면 이를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반면에 양자역학의 조화진동자에서는 파동함수의 크기가 작아지긴 해도 0은 아니기 때문에, 입자를 발견할 확률이 존재하게 되죠.

 

터널링 효과는 입자가 파동함수로 기술되는 물질파를 가지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이를 좀 더 쉽게 머릿속에 그려보기 위해, 담 너머에 있는 친구에게 공을 던져 주는 상황을 상정해 봅시다. 고전역학에 따르면, 공이 담을 넘기 위해서는 담의 높이보다 더 높게 올라가야 할 테고, 제가 처음 공을 던질 때 수직 방향의 속력이 어느정도 확보되어야 할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공이 담벼락을 넘기에 충분한 에너지를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그렇지 않다면 벽에 부딪혀 튕겨날 것입니다.

 

그런데 양자역학이 본격적으로 개입하는 미시세계의 공이라면, 굳이 담벼락을 넘을 만큼 위로 올라가지 않아도 공이 담을 통과해서 지나갈 유한한 확률이 존재하는데요. 이것이 바로 양자역학적 터널링에 의해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규모, 즉 m 단위의 길이나 kg 단위의 무게 같은 경우에도 터널링이 발생하는 것이 이론적으로는 가능합니다. 하지만 그 확률이 극도로 작기 때문에 일상생활에서는 접해보기 힘든거죠.

 

터널링 효과를 정량적으로 살펴보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1차원 공간에서 유한한 위치에너지를 가진 포텐셜 장벽을 상정하고, 이보다 낮은 운동에너지를 가진 물질파를 투사하는 것입니다. 그 다음 파동함수와 그 미분이 연속적이라는 조건을 걸고 슈뢰딩거 파동방정식의 해를 구하면, 터널링이 발생할 확률을 구할 수 있게 됩니다.

 

equations for plane wave function of a particle penetrating a finite potential barrier.

 

요점을 간추려서 말하자면, 포텐셜 장벽의 폭이 넓을수록 터널링이 일어날 확률은 낮아집니다. 그리고 입자가 처음 가지고 있던 에너지가 낮아질수록 터널링이 일어날 확률이 낮아지게 되죠.

 

앞에서는 단일한 운동량을 가진 물질파를 가지고 터널링 효과를 살펴보았지만, 이제 좀 더 현실적인 상황을 상정해 봅시다. 파동-입자 이중성에 대한 포스팅에서 언급했듯이, 실제 입자의 파동함수는 서로 다른 여러 파장들을 가진 물질파가 중첩된 패킷의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이러한 패킷이 유한한 높이를 가진 포텐셜 장벽을 통과할 때 어떻게 되는지 알아봅시다.

 

figure showing time evolution of a wave packet going through finite potential wall, along with the Schrodinger wave equation in the momentum space

 

계산이 좀 더 복잡해지기는 합니다만, 패킷의 경우에도 슈뢰딩거 파동방정식을 통해서 파동함수와 입자의 확률밀도 함수를 구할 수 있는데요. 파동함수는 포텐셜 장벽을 투과한 파동과 반사된 파동의 중첩으로 이루어지며, 이에 따라 입자의 확률밀도 함수는 앞뒤로 길게 늘어지게 됩니다. 앞에서 살펴본대로 물질파의 파장 및 운동량에 따라 터널링이 발생할 확률은 달라지기 때문에, 패킷의 형태가 변하는것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