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광고 표준과 티스토리 블로그 생태계

광고 게재와 관련해서 구글 애드센스로부터 경고를 받은 후기와 함께, 블로거 및 방문자들을 포함한 티스토리 블로그의 생태계에 대한 제 나름의 생각을 한번 적어볼까 합니다.

 

2021년 10월 21일 오전에 이 블로그를 포함해서 애드센스 광고를 게재한 티스토리 블로그들 사이에서 한바탕 소란이 있었습니다. 더 나은 광고 표준 (Better Ads Standard)을 준수하지 않는다는 경고와 함께, 이 문제가 30일간 지속되면 모바일 크롬 브라우저에서 티스토리 블로그의 애드센스 광고가 게재되지 않는다는 공지가 나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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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업계의 여러 기업들이 참여하는 더 나은 광고 연합 (Coalition for Better Ads)이라는 협회에서 제시한 이 광고표준에는 웹사이트 방문자가 컨텐츠를 보는 데 심각한 지장을 주는 광고들의 형태를 정의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페이지의 글을 가리거나, 스크롤을 내려도 같은 위치를 유지하는 팝업 광고 등이 있는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가 있는지는 광고 연합 웹사이트에 자세한 설명이 나와 있습니다.

 

The Initial Better Ads Standards - Coalition for Better Ads

 

참고로 한국어 버전도 있는데, 영어로 된 원본을 제외하면 한국어로만 번역이 되어 있습니다. 얼마나 한국에서 광고관련 어뷰징이 심했으면 이렇게 되었을까 싶어서 씁쓸한 생각도 드는군요. 한국어 번역은 별도의 PDF문서에 정리되어 있습니다. 2019년에 작성된 버전이긴 하지만, 광고 표준의 기본취지는 동일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여튼 티스토리 블로그를 운영하는 모든 블로거에게 경고가 갔습니다. 저 역시도 애드센스 정책센터에서는 문제가 없다고 나오는 반면, 더 나은 광고 표준을 준수하지 않는다는 알림이 떴었는데요. 어떻게 된 상황인지를 간추려서 말하자면, 두 개의 티스토리 블로그에서 팝업 광고등을 부적절하게 배치하여 구글을 상대로 어그로를 끌게 되었고, 동일한 티스토리 도메인을 사용하는 모든 블로거들이 덤태기를 쓴 것이었습니다.

 

현재는 애드센스에서 경고 메시지가 사라진 상태입니다. 광고 표준을 위반해서 애드센스로부터 패널티를 받을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를 알기 위해서는 광고 경험 보고서를 확인해야 하는데요. 구글의 웹마스터 도구인 검색 콘솔에 블로그를 등록해놓아야 합니다.

 

사이트의 광고 경험 문제 해결 - Google 애드센스 고객센터

 

문제가 되었던 두 개의 블로그 주소는 여기에 언급하지 않겠습니다만, 들어가서 살펴보니까 그야말로 광고를 도배한 쓰레기 블로그의 전형이더군요. 이런 블로그들 때문에 다른 티스토리 블로거들까지 싸잡혀서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게 불합리해 보입니다만, 구글과 다음카카오에서 이 시스템을 개선할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좀 의문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단 구글 애드센스는 광고주의 이익을 위한 프로그램이죠. 이번 사건처럼 구글에서 좌표만 찍어주면 다른 티스토리 블로거들이 알아서 다구리를 놔 주는 마당에, 티스토리 블로거들이 겪을 수 있는 잠재적인 피해를 신경쓸 만한 동기가 그렇게 크지 않습니다. 전체 애드센스 게시자 중에 티스토리 블로그들이 차지하는 비중도 그렇게 크지 않고 말이죠.

 

그렇다면 다음카카오는 어떨까요? 티스토리는 카카오 계정만 있으면 무료로 블로그를 개설하고 운용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애드센스로 인한 광고수익은 구글이 가져가는 중개 수수료를 빼면 전부 블로거들의 몫입니다. 현재로서는 다음카카오가 가져가는 수수료가 없죠. 무료로 티스토리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다음카카오에는 수익을 가져다주지 않는 애드센스를 달고 있는 사람들의 이익을 보호해줄 동기가 과연 무엇인가가 저는 잘 떠오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당분간은 티스토리 블로거들 사이의 "자정작용"에 의존하는 수 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내용은 쓰레기인데 광고만 도배되어 있는 블로그들이 왜 계속 생기는지에 대해서도 짚어볼 필요가 있는데요. 이는 사실 다수의 언론사 웹사이트들에 광고가 도배되어 있는 이유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간단히 말해서 돈이 되기 때문입니다.

 

인터넷을 돌아다니다 보면, 언론사 웹사이트인지 광고판인지 분간이 안된다고 불평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건 사실 네티즌들이 언론사들을 그렇게 길들여 놓은 결과입니다. 기사 내용이 형편없다고 불평을 하면서도 광고 클릭해서 수익을 올려주니까, 광고로 웹사이트가 도배되는 거예요. 사람은 거짓말을 하지만, 돈은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블로그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슈로 어그로끄는게 보이면 그냥 뒤로가기 눌러서 나가면 되죠. 글이 형편없다고 눈살을 찌푸리면서도 관심있는 광고 보이면 클릭해주니까, 소위 수익형 블로그라고 하는 것들이 양산되는 것입니다. 실검 이슈 키워드나 외부 유입 등으로 어떻게든 트래픽만 끌어 모으면 돈이 되기 때문이죠. 이러면서 요즘 블로그들이 광고판이 되고 있네 어쩌네 하고 불평하는 것은 앞뒤가 안맞는 거예요.

 

저질 블로그들이 양산되는것 뿐만 아니라, 다른 블로그들을 공격해서 끌어내리는 것 또한 심각한 문제입니다. 검색결과 페이지에서 상위노출을 하고 있거나, 포스팅의 내용이 괜찮다 싶으면 공격부터 하고 보는 사람들이 있어요. 저도 이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겪었지만, 별 희안한 방법으로 공격을 해 옵니다.

 

• 컨텐츠 도용
  수익을 목적으로 하지 않더라도 많은 블로거분들이 겪고 있는 문제가 아닐까 생각되는데요. 다른 사람이 열심히 만들어놓은 창작물을 강탈해서 광고수익을 챙기려 하는 악질들이 생각보다 아주 많습니다. 이게 잘못되면 원본이 있는 블로그가 유사문서로 걸려서 불이익을 받는 참극도 벌어지게 됩니다.
• 트래픽 공격
  체류시간 공격이라고도 하는 방식입니다. 공격대상이 되는 블로그에 검색으로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해서, 검색엔진으로 하여금 블로그 글의 내용이 별 볼일 없다고 판단하게 하는것이 목적입니다. 물론 글의 내용에 관심이 있어서 여러번 재방문하는 건 언제든 환영입니다. 하지만 스크롤을 내려서 글을 정독한 기록도 없는데, 비슷한 IP에서 여러번의 유입이 있다면 의심을 안할 수가 없어요. 그리고 궁극적으로 검색유입을 노리는 구글은 보통 기업이 아니죠.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은 알파고도 만든 회사를, 이런 얄팍한 술수로 속일수는 없을겁니다.
• 백링크 공격
  블로그로 들어오는 백링크가 걸리면 좋은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는데요. 백링크는 양보다 질이 중요하기에, 불법사이트 같은 곳으로부터 오는 백링크는 오히려 블로그에 안좋은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예전에는 이런 공격이 쉽게 먹혔지만, 구글 알고리즘이 개량되면서 보기 드문 공격 방식이 되었습니다. 물론 트렌드에 둔감한 사람들이 뭣도 모르고 이렇게 공격을 하는 경우가 없지는 않으므로, 구글 검색콘솔 같은 웹마스터 도구를 통해 주기적으로 체크는 해야 합니다.
• 무효클릭 공격
  애드센스 광고를 게재하는 블로거라면 한번쯤은 당해봤을 겁니다. 한 명이 광고를 여러번 클릭하면, 광고주에게 피해가 가기 때문에 애드센스에서 금지하고 있다는 것을 악용한 것입니다. IP까지 바꿔가면서 공격을 하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 안타깝게도 이를 원천봉쇄할 방법은 없습니다. 불행중 다행인 건 무효클릭 공격을 받았다고 해서, 무조건 애드센스 게재제한이나 계정정지가 되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 블로그가 일 방문자 50명도 안되는 소규모 블로그임에도 이렇게 격렬한 공격을 받아내는데, 유명한 블로그들은 훨씬 더 심하겠죠. 트래픽 끌어모을 궁리만 하는 질 낮은 블로그들에게 광고수익을 안겨주고, 좋은 컨텐츠를 만들고자 하는 선량한 블로거들의 의지를 꺽는 짓을 하면서 뭘 기대하십니까? 컨텐츠로서의 가치가 없는 수익형 블로그들이 우후죽순 생기는 건 블로거들과 네티즌들이 그럴 만한 환경을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티스토리 블로그에서 더 질높은 컨텐츠를 보고 싶다면 그에 걸맞게 행동해야 합니다. 이슈에 편승해서 한몫 챙기려는 게 보이면 광고 클릭 안하면 되고, 좋은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하는 블로거들에게 민폐 끼치지 않으면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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