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문명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 자연자원을 소모하는 행위가, 기후 변화나 이웃 공동체 등의 요소와 맞물려 문명의 운명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고찰한 책입니다. 이 책의 저자 제래드 다이아몬드는 유명한 총,균,쇠를 저술한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죠.
문명이 붕괴되는 원인 중 하나인 자원 고갈 문제를 언급할 때면, 석유를 비롯한 화석연료 같이 유한한 자원이 보통 떠오르는데요. 개인적으로 더 흥미롭게 읽었던 내용은 동물과 삼림 등의 재생가능한 자원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즉 자연적인 재생 능력을 초과해서 수렵이나 벌목 등이 행해지면, 결국 해당 지역에서 인간 공동체의 절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지적하고 있습니다.
특히 남태평양의 여러 섬들에 정착한 원주민들과, 아즈텍, 마야, 잉카 문명의 운명을 다루는 부분은 책의 초반부에 등장하면서도 상당히 인상깊게 남아 있네요. 과거에 발생한 일이기 때문에 그 결말을 현재 우리가 알고 있고, 고대 사회는 기본적으로 농업과 어업 등의 1차 산업에 의존했기 때문에 자연 자원과 인구역학 간의 관계가 더 직관적으로 드러납니다.
과거에 존재했던 문명이 절멸하는 구체적인 과정은 지역과 시대에 따라 다르지만, 공통적인 특징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는 삼림의 절멸과 그 궤를 같이 한다는 점이 있는데요. 나무가 없으면 사냥할 동물들이 서식지를 잃게 되고, 농사를 짓는 데 필요한 땅의 양분이 소실되며, 카누를 만들 수 없으니 먼 바다에 나가서 물고기를 잡을 수가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인간의 생업에 심대한 타격을 주게 되죠.
책에서는 다양한 사례들이 소개됩니다만, 이 포스팅에서는 이스터 섬의 사례를 언급하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500여년 전 이스터 섬 원주민들은 오늘날 지구상의 인류에 비유될 만한 구석이 있기 때문인데요. 대양 항해술이 없었던 당시의 원주민들은 철저히 이스터 섬에 고립되어 있었고, 이들의 운명은 섬에서 얻을 수 있는 자원에 달려 있었습니다. 오늘날의 인류 역시 지구상에서 채취한 자원에 의존해서 살아가죠. 언젠가는 항공모함 만한 크기의 우주선을 여러 대 만들어서 진짜로 우주를 개척할 날이 올지도 모르지만, 현재로서는 인류는 지구를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저자 역시 이러한 유사성을 언급하면서 지속가능한 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다시 이스터 섬 이야기로 돌아가서, 이 곳은 모아이 석상으로 유명합니다만 이 석상들로 인해 원주민이 절멸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여러 족장들이 권위를 세운답시고 모아이 석상을 무리하게 세우고, 그 과정에서 대규모 벌목이 이루어져 삼림의 절멸로 이어졌습니다. 이후 생존을 위한 자원의 수급이 힘들어진 원주민들의 삶은 식인 행위가 벌어졌을 정도로 비참했다고 합니다.
과거 문명이 붕괴했던 여러 사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도쿠가와 막부의 일본이나 도미니카 공화국 등의 사례를 언급하며 충분히 희망이 있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동물 및 식물군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자원이죠. 이들의 인구역학에 대한 더 많은 지식이 축적되어, 이스터 섬의 원주민들이 겪은 운명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래봅니다.
인간과 삼림의 상호작용에 의한 인구 변화에 대한 수학 모형을 만들고, 수치해석을 해 보았는데요. 자세한 내용은 다음 포스팅에 소개되어 있습니다.